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테이블

작성자 admin 시간 2021-03-15 16: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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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과 세미나 시리즈의 제 2차 면담은 3.2일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다비드 나탈리(David Natali) 교수가 면담자로 초청되었습니다. 나탈리 교수는 이탈리아 Sant’Anna 대학원의 법학, 정치학, 개발학 연구소(Institute of Law, Politics and Development)와 로마 국가행정대학원(National School of Administration)에 재직하고 있으며, 유럽의 비교정치학, 특히 복지제도와 연금제도 비교연구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이번 면담에서 나탈리 교수는 유럽에서의 고령화가 연금제도와 개혁에 미친 영향, 연금제도의 발전 방향 및 동향, 연금제도 개혁에 영향을 주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요인, 유럽 정책입안자에게 던지는 새로운 도전들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아래는 나탈리 교수의 의견과 대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 인구변화와 장기적 관점에서의 과제

유럽의 현 연금제도를 위협하는 많은 도전들이 있습니다. 기술혁신, 기후변화, 세계화(이민인구 유입) 등과 더불어 가장 주요한 과제와 도전은 고령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위원회 2018년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70년 사이 남성 평균수명은 78.3세에서 86.1세로 7.8세 증가하고, 여성은 83.7세에서 90.3세로 6.6세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0년에서 2020년까지는 고용률이 더디게라도 상승하였으나 2021년부터는 고용률과 경제활동인구 모두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동 기간 출산율은 1.58명에서 1.81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이는 여전히 현상유지를 위한 2.0명보다 낮은 수치이며 경제활동 인구 대비 비경제활동 인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연령과 연계된 재정지출, 특히 연금과 장기요양 관련 지출은 증가할 것입니다.

 

2. 지난 30년 간 유럽의 연금제도 및 개혁의 기조

고령화와 인구변화가 지난 30여 년간 유럽사회를 특징짓는 만큼 연금제도 개혁의 핵심은 연금수입 축소, 물가연동제의 엄격한 적용, 은퇴연령 증가 등의 조치를 통해 연금 관련 공공재정 지출을 축소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평균수명 상승과 은퇴연령을 연동하는자동 제동(auto-break)’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연금 지출을 축소하였습니다 한 예로 현재 이탈리아의 법적 은퇴연령은 67세입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점진적이며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연금수입의 감소를 결과하였으나, 이는 급격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우연적새로운 도전

인구변화와 고령화가 공공재정 건전성의 장기적 관점에서 주요한 도전이라고 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은 현 연금체계에 우연적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0202/4분기 유럽연합 28개국 GDP12.1% 감소하였으며, 20201/4분기의 GDP 대비 정부부채가 전년도 84.1% 에서 86.3%로 증가하였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유엔사무총장과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총리는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경기침체와 여파를 2차 세계대전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현 경기침체는 공공재정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 경기침체는 높은 실업에 의해 조세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연금기여와 저축을 축소시키는 한편 높은 실업률과 빈곤층의 증가는 공공부조 등 정부의 재정지출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입니다.

 

4. 연금정책 기조의 전환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새로운 도전으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연금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연금정책 및 개혁의 핵심은 재정건전성과 연금수입 감소였으나 유럽국가의 정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빈곤층과 연금수입 축소가 야기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독일의 2014년 연금개혁, 특히 '부모연금(pensions for mothers)’과 이탈리아의 시민소득제(citizen minimum pension)’ 제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부모연금 풀타임 육아에 전념하거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1992년 이전 출생한 부모에게 각각 추가연금을 월 최고 28.61 유로(서독지역), 26.39 유로(동독지역)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탈리아는 2018년 연금개혁(2019년 시행)을 통해 법적 은퇴연령을 67세에서 62세로 하향 조정하고(38년 연금기여를 조건으로 함), ‘시민소득제이라는 연금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시민소득제'는 저임금 소득자에게 기초연금 월 780 유로를 지급하며, 67세 이상의 노인만 거주하는 가구에게 빈곤퇴치를 위한 시민소득을 지급, 취약계층의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자 도입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새로운 연금제도는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 이탈리아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65%에 이르고 프랑스도 10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의 정부부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나 현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공공재정의 축소는 어렵습니다. 이는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연금개혁의 정치와 외부 결정요인

연금개혁은 정치적으로 논쟁적이며, 다양한 내부요인과 포퓰리즘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대외 요인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는 지난 30여 년간 20번에 걸친 연금개혁을 시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요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1992년 이탈리아의 외환위기시 이탈리아 당시 화폐 리라가 유럽환율조정제도(ERM: European Rate Mechanism)에서 퇴출되자 ERM 재가입을 위해서는 연금지출 축소를 포함한 긴축재정책을 시행해야 했습니다. 또한, 마리오 몬티(Mario Monti) 정부 하 2011년 발생한 부채위기시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중앙은행의 구제를 받기 위해 연금축소를 포함한 개혁정책을 시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예들은 유럽의 정책입안가들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을 보여주며 국외적 요인이 연금개혁의 내용과 시기를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6. 유럽의 새로운 형태의 빈곤과 논쟁

공공재정 축소가 어려운 만큼 유럽 정부는 좋은공공지출과 나쁜공공지출을 구분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은공공지출이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공공투자를 지칭합니다. 유럽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경제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하여 그린(환경)경제창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증가하고 특히 노인인구가 노동시장에의 참여 가능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탈산업화는 경제활동 인구의 절대적 수를 감소시키고 임금수준을 낮추어 결국 조세수입과 연금수입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됩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하게 현재 남유럽에서는 노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있어 한시적이나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현금지원이냐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장기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지원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공공재정 축소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지출 확대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서비스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관협력을 통해 제공되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점점 민간기관, 비영리 시민사회 단체들에 의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나의 역설적인 사실은 남부 유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빈곤(장기실업자 이외 불완정 고용, 근로빈곤층)과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 제 3세계 빈곤국에 활동하던 기존의 비영리 단체들이 유럽의 빈곤층과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7. 균형적 복지 및 연금제도

지난 30여 년간 긴축재정과 공공재정 축소로 인해 심화된 유럽의 빈곤과 불평등은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의 주요국가의 복지와 연금정책 기조에 주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초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채택하는 데 주저하였으나 이후 기존의 입장을 선회하고 특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여 대규모 경기부양책(채권매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교조적 신자유주의(neoliberal orthodoxy)’ 또는 극단적 친시장주의(market fundamentalism)’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패권주의가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아직 등장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사실상 유럽은 다른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면서라도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기존의 입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연금수혜자의 외연확대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추구, 복지와 연금제도에서 다소 균형적 입장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국가의 재정확대, 연금지출 확대는 정책적 의도의 결과라기보다는 고령화 등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불완전 또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 특히, ‘거짓 자영업자(fake self-employment)’등과 같은 청년고용의 증가는 결국 연금기여 축소와 조세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로부터의 이탈로 이해하기는 힘들며 실질적인 대안과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더욱 더 진행될수록 복지와 연금개혁은 정치적 논쟁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탈리 교수는 Sant’Anna School of Advanced Studies와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의 공통관심사인 고령화, 연금정책, 보건 분야에서 공동연구, 연구교류 등을 통해 상호협력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송해영(manji74@asemgac.org)